묘하게도,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회와 함께 나의 기나긴 대학생활도 끝이 났다.
장그래에게 주어진 원인터에서의 2년과 내가 가장 뜨겁고 열정적이었던 그 때의 2년이 교차하고, 이제 또 다른 불씨를 일으켜야 할 지금, 장그래와 오차장의 새로운 시작은 나에게 희망을 준다.
7년 반만의 졸업.
2년 계약직 장그래에게 그토록 간절히 필요했던 대학교 졸업장이 곧 내 손 위에 올려질 것이다. 그 졸업장이 누군가에겐 괜찮은 미래에 대한 설레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학자금 대출 상환 청구서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또 다른 졸업장으로의 입장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 졸업장은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대학교 졸업장은, 그 동안 가벼웠던 나에게 주어지는 무게추라고.
나는 가볍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것은 모르는대로, 아는 것은 아는대로,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은대로, 싫은 것은 싫은대로. 계획을 과소평가하고 현재를 과대평가하며, 정도(正道)보다는 흥미로운 길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에 취해있었다. 나는 과연 그 길 위를 걷기 위해 걸었던 것일까, 나아가기 위해 걸었던 것일까. 지금 서서히 취기가 가라앉고 있음을 느낀다.
어느새 서른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과연 김광석의 ‘서른즈음에’의 무게를 어느만큼 느껴보았다 할 수 있을까. 장그래가 집앞 계단을 오르며 불렀던 것처럼 간절하면서도 담담하게 이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을까.
내 과거의 모습을 부정하거나 후회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적당한 무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오차장(루쉰)은 말했다. 그러니 내 앞으로의 희망에 무게를 다는 것도 나의 몫이고, 땅위의 길을 만드는 것도 내가 앞으로 딛게될 한 발 한 발의 무게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졸업장이 내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란 걸 안다. 다만 내가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할 때에 그 결정에 대한 무게를 조금 더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