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ic Intelligence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hype들이 그렇듯 인공지능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1940년대부터 공론화 되었던 개념이고, 헐리우드에서도 끊임없이 다루는 단골 소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인공지능 = 인류멸망’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따른다.

물론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극단적인 일이 당장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분명 인간 고유의 영역이던 ‘노동’에는 이미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노동시장의 구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바뀌고, 근 미래에 또 다른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기자, 의사, 변호사, 변리사, 자산관리사 등의 전문직 노동자들도 인공지능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참고: http://www.lgeri.com/industry/general/article.asp?grouping=01030100&seq=259)

여기까지는 많은 분들이 이미 걱정해주는 부분인 것 같은데.. 이제까지 어떠한 곳에서도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예술”. (똑똑하신 분들은 배고픈 영역엔 관심 없는건가..)

컴퓨터가 예술을 하는 것은 정말이지 상상하기 어렵다. 예술은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일인데 그 걸 컴퓨터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막말로, 수많은 랜덤 변수와 색채이론을 반영한 색 조합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컴퓨터가 포토샵에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과 비슷한 그림을 뚝딱 뚝딱 그린다 한들, 그게 어찌 예술이겠는가. 인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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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인정하기 싫은 일이 조만간 일어나고, 컴퓨터가 예술가들의 노동력 조차도 빼앗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인정 따위는 묻지도 않은채 말이다. 이게 말이 될까?

3가지 전제 하에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1. 예술은 패턴의 조합이다: 사실 예술은 창조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세상에 흩뿌려진 수많은 정보들을 조합하는 것이 예술이다. 미술, 음악, 영화, 디자인 등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창작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을 새로운 (혹은 새로워 보이는) 형태로 재조합한 것의 결과이다.

인공지능도 똑같다. 수많은 데이터(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프로세서) 그 안에서 패턴을 찾아(머신러닝, 딥러닝) 새로운 통찰을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의 기본적인 구조이다. 만약 예술가들의 사고패턴에 대한 데이터만 일정량 확보한다면, 컴퓨터가 예술을 한다는 이야기가 그리 허무맹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2. 예술은 노동이다: 창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술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노가다’가 필요하다. 단순하게는 자르기, 붙이기, 찾기, 버리기와 같은 단순 노동부터, 색조합(미술), 화성학과 코드진행(음악), shot variation(영화)와 같이 전문성을 요하는 노가다까지.. 예술도 수많은 노동의 결과물이며, 인공지능이 창출할 생산성의 value add 폭이 매우 클 것이다.

3. 예술?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다: 예술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예술은 ‘작품=예술가’였다. 컴퓨터가 모나리자를 그린다고 그 컴퓨터가 다빈치가 되는 것이 아니며, 때문에 그 것은 상품가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작품과 예술가의 연계성이 매우 적다. 영화의 경우엔 작품의 규모가 커서 수많은 창작자들의 input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음악의 경우엔 가수,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프로듀서의 분업이 세분화되기 때문이다. 작곡을 컴퓨터가 하든 인간이 하든, 듣기 좋으면 그만이고 차트에 오르면 장땡이다. 우리가 음악, 영화, 소설과 같은 예술분야를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예술의 영역도 인공지능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 구성요소가 비교적 단순하고 패턴 조합의 경우의 수가 적은 음악 분야를 시작으로 예술 AI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쿨리타(Kulitta)’는 바흐 스타일의 협주곡을 순식간에 작곡하고, Youtuber들을 위한 BGM 생성 서비스 (Jukedeck, http://www.jukedeck.com), AI 기반 자동 음원 마스터링 서비스 (Landr, http://www.landr.com) 등의 스타트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음악은 일찌감치 인공지능의 첫번째 타겟이 되었고, 조만간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다음은 아마 영상 편집이 되지 않을까? 영상은 음악보다 훨씬 복잡한 형태의 데이터와 판단 프로세스를 요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Computer Vision 기술의 발전이 동반되면서 컴퓨터가 영상의 정보를 인지하는 능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래 ‘Videos in Sentences Out’ 영상 참고). 이를 통해 컴퓨터가 직접 영상을 보고 NG컷을 판단하고, 다양한 shot variation을 시도해보고 최적의 결과물을 (사람보다 잘)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이나 영화같이 제작/유통이 이미 디지털화 된 분야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미술은? 물리적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수미술은 인간의 영역이 아직까지 크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순수미술 또한 ‘예술’이라는 인식의 변화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주시해봐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잖나? 피카소의 혼을 담은 로봇 팔이 개발되어 이 로봇이 그림을 그리는 족족 수백만불에 거래가 될지.

물론,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예술가의 사고패턴에 대한 유의미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 페이스북, IBM도 이런 데이터는 없지 싶다. 하지만, 각 예술 분야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 사업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차차 축적해낸다면, 그 어떤 인공지능보다 차별화 된 “인공지능 예술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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