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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ports,

지난 며칠간, 스포츠계에는 두가지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첫번째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두번째는 로저 페더러의 호주오픈 4강 진출. 이 두명의 GOAT(Greatest of All Time)의 운명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코비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은퇴한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여전히 그는 코트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국내에 NBA 팬들이 많이 생겼지만, 사실 코비의 전성기는 90말~00중으로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운좋게도 현지에서 그의 전성기를 바로 목격할 수 있었다. 2001년, 내가 처음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갔을 땐 영어를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해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딱 하나 알아듣는 건 스포츠.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말은 못해도 친구들을 만들 수 있게 해준게 스포츠였고, 홈스테이 집에서 볼 수 있는 채널도 스포츠 채널 뿐이었다.

그렇게 코비를 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응원했던 NBA 선수. 너무나도 독보적이었던 선수.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을 할 때, 그 마지막 슛을 던질 선수. 그걸 상대편이 알아도 못막는 선수. 그리고 그 공을 기여코 넣을 선수. 그는 이견의 여지 없는 자타공인 전설 중 하나이다.

스포츠에서 전설이라고 불리우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Good과 Great의 차이. 우승반지의 갯수일 수도 있고, 계약금일 수도 있고, 인생 스토리일 수도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차이는, 잘하는 것을 매우 잘하는 선수는 Good, 실수를 매우 안하는 선수를 Great이라고 생각한다.

발로 하든, 손으로 하든, 기구로 하든, 온몸으로 하든, 스포츠는 내 평소(평균) 실력의 몇%를 실전에서 발휘하는가가 중요하다. 그 말은, 모든 스포츠는 결국 실수의 격차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다. 특히, 단 하나의 플레이로 모든 결과가 결정되는 긴박한 순간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선수들을 우리는 위대한 선수라고 부른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분명 그런 선수였다. 수많은 버저비터와 위닝샷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로저 페더러 또한 분명 위대한 선수라 불리는 선수이다. 게다가 현역이라니. 게다가 아직도 우승권이라니.

지금 진행중인 2020 호주오픈에서 페더러는 현재 4강까지 올라갔다. 그의 최근 성적을 보면, 메이저 4강 진출이 큰 뉴스는 사실 아니다. 그런데 그가 이번 토너먼트에서 4강에 올라온 과정은 정말 경이롭다. 두번의 위기를 말도 안되게 이겨내며 올라왔기 때문이다. 첫번째 위기는 2라운드에서 호주 선수 John Millman과의 맞대결. 페더러는 생각보다 쉬운 선수를 상대로 고전을 했고, 5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갔으며, 여기서 무려 8-4의 deficit을 극복하고 승리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이걸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며칠 후 벌어졌다. 8강전에서 미국 Tennys Sandgren 선수와의 맞대결. 세트스코어 2:1로 뒤진 4세트. 지면 집에 가는거다. 그리고 실제로 문턱까지 갔다. 그런데 무려 7번의 매치포인트를 이겨내고 4세트를 따냈다. 게임포인트도 아니고 세트포인트도 아니고 매치포인트를, 그것도 7번이나. 여기서 백미는, 그렇게 힘들었던 이 경기, 그는 첫번째 매치포인트에서 한번에 승부를 매듭지었다(개인적으로 이게 더 멋있다 진짜). 솔직히 이게 말이 되나? 한 세트에서 7번의 매치포인트를 극복했다니. 과거 메이저 경기에서 이런 기록이 있기는 할런지조차 모르겠다. 그 역시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는 선수인가보다.

암튼, 지난 며칠간 코비와 페더러의 각기 다른 소식을 들으며, ‘스포츠’와 ‘위대한 선수’가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떠올렸다. 스포츠, 사실 몰라도 안봐도 그만이다.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로서의 스포츠는 대체제가 참 많다. 영화나 TV를 보면 그만이니까.

작년이었을까. NBA 플레이오프 중, 토론토 랩터스의 Kyle Lowry 선수가 했던 인터뷰 답변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현재 당신이 느끼고 있는 압박감은 어떤 수준인가요?”라는 인터뷰 질문에 그는, “To me, pressure is what my ma and grandma had to go through, feeding my family, goin’ to work 5 in the morning, getting a bowl of cereal on the table, that’s pressure”라고 답했다. 인터뷰어를 참 무안하게 만들었을 답변이지만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수천만불의 연봉을 받는 슈퍼스타들이 고작 경기 하나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생존을 위해 하루 하루 버텨내는 것이 실은 더 무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스포츠에 대한 허무를 다룬 이야기들은 많다. 조치훈 9단은 바둑에 대해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란 말을 남겼고, 슬램덩크는 “그깟 공놀이”라는 말도 남겼다. 한 야구감독은 선수들에게 “고작 공놀이 하고 수십억 버는 너네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 일화도 있다고 한다. 그래, 뭐 스포츠가 나한테 무슨 도움이 얼마나 되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스포츠는 나에게 많은 것을 준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 중, 영웅에 대한 그 어떠한 경이와 존경.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하는 그들이 주는 희망. 이런 것들은 가끔이지만 분명 내게 용기를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에 감사한다. 나에겐 추억 그 이상인 코비 브라이언트. 다른 유명인사들의 사망소식보다, 코비의 죽음은 나에게 꽤나 슬픈 일로 남을 것 같다.

코비 형. 말 한마디 못해 외로웠던 내 중학교 유학 시절, 내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당신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딸 Gigi와 함께 편안히 쉬길 바랍니다.

Thank you Kobe,

Thank you Sports.

kobe bryant rip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성공

“If you get to be 65 or 70, and later, and the people that you want to have love you actually do love you, you are a success.

You get exactly one mind and one body in this world, and you can’t start taking care of it when you’re 50. Just remember that you just got one mind and one body.”

– Warren Buffet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성공한 것. 돈이든, 자유든, 명예든, 결국은 사람이 사랑을 받기 위해 쫓는 것들.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러기 위해서 사랑을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정말 뻔하지만,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걸 진리라고 하던가.

우리는 두개도 새개도 아닌 딱 하나의 몸과 정신을 갖고 있다. 이 걸 어디에 쓰고 어디에 투자하느냐를 의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70살이 되었을 때, 더도 말고 딱 한 사람 날 사랑해주고, 나도 그 사람의 안위와 정신을 채워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그러기 위해 내 몸과 정신에 투자를. 두 발 땅 위에 딱 붙이고, 뚜벅 뚜벅 걷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