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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as written on their dorm room window

이 글은 미국의 유명한 startup accelerator인 Y Combinator의 창업자 Paul Graham의 essay “How to get startup ideas”를 번역한 글이다. 원문은 http://paulgraham.com/startupideas.html 에서 읽을 수 있다.

*원문의 “startup”이라는 단어는 모두 “창업”이라는 단어로 통칭하였다. tech 스타트업이 아닌 더욱 포괄적인 분야의 창업에도 충분히 해당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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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part.1

2012년 11월 (원문 기준)

창업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창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 하지 않아야 한다. 창업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문제점을 찾는 과정이며, 그 문제점이 당신이 직접 느끼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아주 좋은 창업 아이디어들은 일반적으로 3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들 본인이 원하는 제품이었고, 본인이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었으며, 그 것을 만드는 일이 (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없다고 평가되었다. Microsoft, Apple, Yahoo, Google, 그리고 Facebook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문제점

자신이 느끼는 문제점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왜 이토록 중요한 것일까?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문제점이 정말 존재하는 문제점이라는 걸 보장하기 때문이다. 실존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라는 말은 너무 쉽고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창업자들이 그 누구도 느끼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는 실수를 범한다.

나 자신(저자) 또한 이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1995년, 나는 아트 갤러리들을 온라인으로 옮겨주는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떠한 갤러리도 자신의 그림들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트 비지니스는 본래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6개월동안이나 이 멍청한 아이디어에 시간을 쏟은 것일까? 나는 고객(유저)에게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실존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세상을 그렸고, 그 것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제품을 실제 고객들에게 판매를 해볼 때까지 난 나의 모델이 틀렸다는 걸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를 알게 된 이후에도 인정을 하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에 이미 너무 빠져들었고, 이 제품을 만들기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창업자들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려고 할까? 왜냐하면 그들은 창업 아이디어를 고안해내려는 데에서 시작을 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위험 x 2 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을 뿐더러, 창업자들이 현혹될만한 그럴싸해 보이는 나쁜 아이디어들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YC(Y Combinator, 저자가 세운 창업 엑셀러레이터)에서는 이것을 “시트콤”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어느 시트콤에 나오는 캐릭터가 창업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시트콤의 작가는 창업 아이디어를 고안해내야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스토리 상으로는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쓸모없는 창업 아이디어를 고안해낸다.

예를들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것이다. 아이디어가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수백만명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대개 그들은 자신들의 애완동물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다른 개 주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원할 수 있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그 중 딱 2~3%정도만 충성고객이 된다면, 당신은 수백만명의 유저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타겟 광고와 할인행사를 할 수 있고 유료기능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위험한 것은, 당신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지인들에게 이 아이디어를 얘기한다면, 그들은 절대 “난 이런 거 절대 안써”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신, “오, 이런 거 있으면 괜찮겠네. 써볼 수도 있겠다” 라고 할 것이다. 사업이 시작된 후에도 이 제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듯해 보일 것이다. 그들 자신은 아직은 딱히 쓰진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원할 것이라 상상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들을 다 더했을 때, 결국 당신은 0명의 유저가 남게된다.

우물

사업이 시작되고 첫 제품이 나왔을 때는, 그 것을 꼭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몇명이 있어야 한다 – 언젠가 한번쯤 쓸 법한 사람들 말고, 지금 당장 쓸 사람들 말이다. 일반적으로 이 사람들은 굉장히 적은 수이다. 이 이유는 간단한데, 많은 사람들이 당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제품이면서 소자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것은 이미 세상에 있는 물건일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원하는 것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아주 적은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것을 만들 것인가. 정답은 후자를 택하는 것이다. 후자 유형의 아이디어들이 모두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좋은 기업들의 아이디어들이 이 후자 유형의 것이니까.

그래프가 있다. x축은 한 기업의 제품을 쓸 수도 있는 사람들을, y축은 그 사람들이 그 제품을 얼만큼 원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그래프를 x축을 기준으로 뒤집게 되면 이 기업을 하나의 구멍으로 볼 수 있다. Google의 구멍은 아주 크고 깊은 분화구이다: 수억명이 사용하며 이들 모두가 Google의 제품을 상당히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막 창업을 한 기업일 경우 이렇게 큰 볼륨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창업을 할 때에는 두가지의 옵션이 있다. 넓고 얕은 구멍을 파던가, 아니면 좁지만 깊은 구멍을 파던가. 우물처럼 말이다.

“시트콤”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넓고 얕은 구멍을 판다.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관심이 있을만한 애완동물 주인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 따위의 제품처럼 말이다.

반대로 거의 모든 성공적인 창업자들은 좁고 깊은 우물을 파면서 시작했다. Microsoft도 Altair Basic이란 첫 제품을 만들었을 때는 우물이었다. 당시 Altair 유저들은 단 몇천명에 불과했지만,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진 그들은 기계어(2진법)으로만 프로그래밍을 했었다. 그리고 30년 후, Facebook도 우물로 시작을 했다. Facebook은 애초에 단 몇천명의 하버드 학생들만을 위한 사이트였지만 그 몇천명이 열광했다.

당신이 창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신에게 물어보라: 이걸 지금 당장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듣도보도 못한 골방 회사에서 만든 아무리 조악하고 구려터진 버전의 제품일지라도 그 것을 환영하고 당장 쓸 사람들이 누구인가? 만일 이 질문에 답을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마 별로인 아이디어일 것이다.

우물의 너비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우물의 깊이이다. 우물의 너비는 깊이(그리고 성장의 속도)를 최적화시킬 때 자연스럽게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물의 깊이와 너비의 상관관계는 굉장히 강하고 믿을만 하기 때문에, 당신의 아이디어가 한 구체적인 영역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 것은 아주 좋은 신호이다.

하지만 이 우물 형태의 수요가 좋은 창업 아이디어의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만일 Mark Zuckerberg(Facebook 창업자)가 하버드생들만이 좋아할 제품을 만들었다면 그 것은 좋은 창업 아이디어는 아닐 것이다. Facebook이 좋은 아이디어였던 이유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한 동시에 빠르게 “확장의 경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대학교들은 비슷하기 때문에, 하버드에서 잘 되는 Facebook을 만든다면 다른 대학교에서도 잘 될 것이었다. 그렇게 대학교들 사이에서 퍼지고 난 후에 다른 모두를 쉽게 유입시킬 수 있었다.

Microsoft도 마찬가지이다. Altair를 위한 Basic -> 다른 기계들을 위한 Basic -> Basic 이외의 다른 언어들 -> 운영체제(OS) -> 어플리케이션(혹은 소프트웨어) -> 기업공개(IPO).

자신

그렇다면 당신의 아이디어가 위처럼 확장의 경로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것이 큰 기업의 시초가 될지, 아니면 단지 틈새시장을 위한 제품이 될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보통은 알 수 없다. Airbnb(세계 최대의 온라인 숙박 공유 서비스)의 창업자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이 두드리는 시장의 크기가 얼만큼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아주 좁았다. 그들의 첫 계획은 건물주들이 컨벤션과 같은 행사에 공간을 빌려주는 정도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아이디어가 얼만큼 커질 줄 모르는채 점차 아이디어가 확장된 것이다. 다만 그들은 뭔가는 잘 되어간다는 느낌정도만 있었다. Bill Gates나 Mark Zuckerberg도 처음엔 이 이상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작부터 확장의 경로가 뚜렷히 보이는 틈새 아이디어도 간혹 있기는 하다. 그리고 가끔은 뚜렷하진 않아도 그 확장의 경로가 나에게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 것이 우리 YC가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 것들을 미리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당신이 아무리 많은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고로, 이 문제에 대해 꼭 인정해야 할 진리는 첫 아이디어로 부터 확장의 경로를 예측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장의 경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결정하는가? 실망스러우면서 흥미로운 진실은 하나이다: 당신이 될 사람이라면, 당신이 센스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당신이 변화무쌍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뚜렷하다면, 당신의 감은 아마도 맞을 것이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의 저자 Robert Pirsig이 말하길:

“완벽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어렵지 않다. 당신이 먼저 완벽해지면 그 때 그려라.”

고등학교 때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 글이 그림에 대해서 얼만큼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논제에는 적합한 것 같다. 성공하는 창업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성공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분야에 대한 뚜렷한 이해를 한다는 것은 당신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 소비자일 수도 있다. Mark Zuckerberg가 Facebook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건 그가 프로그래머여서가 아니라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여서이다. 2004년에 대부분의 40대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인터넷에 중개하고 싶은지 물었다면, 모두가 그 것은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Mark Zuckerberg는 이미 온라인에서 살고 있었고, 그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이다.

Paul Buchheit은 변화무쌍한 분야의 사람들을 “미래에 살고있다.” 고 표현했다. 이 말을 Pirsig의 것과 합친다면:

미래에 살고, 그 곳에 없는 것을 만들어라.

이 것이 대부분의 성공적인 창업가들의 시작이었다. Apple도 Yahoo도 Google도 Facebook도 처음엔 회사도 아니었다. 다만 창업자들이 세상에 필요해보이는 것들을 만들다보니 회사가 된 것이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들을 보면, 그 것은 대개 준비된 마인드에 약간의 외부자극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Bill Gates와 Paul Allen이 Altair에 대해 들었을 때 “우리가 Altair를 위한 Basic 언어를 만들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고, Drew Houston(Dropbox의 창업자)가 USB를 잃어버렸을 때 “내 파일들을 어디서든 찾을 수 있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Altair에 대해 알았고, 또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USB를 잃어버렸다. 이러한 외부자극이 그들을 창업하도록 만든 이유는 그들의 경험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준비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창업 아이디어에 대한 적합한 동사는 “생각하다”가 아니라 “알아채다”이다. YC에서는 창업가들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들을 “organic”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창업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이 듣고싶은 말이 아니었을 수 있다. 이 글에서 당신은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위한 레시피를 기대했겠지만,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준비된 마인드이다. 실망스럽겠지만 이 것이 진실이다. 이 것은 단 며칠만에 준비되는 것이 아닌 준비기간이 몇년이 걸릴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레시피이다.

만일 당신이 어떠한 변화무쌍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몸을 담그라. 예를 들어, 웬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밍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예: 스마트 폰 앱 만들기)는 1년이면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창업은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위해 1년정도를 투자하는 것은 괜찮은 조건이다. 특히 당신이 동업자를 찾는 중이라면 말이다.

(tech 스타트업의 경우) 당신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해킹을 배우는 것은 불필요할 지 몰라도, 어느정도의 프로그래밍은 도움이 될 것이다. Marc Andreessen(넷스케이프 창업자)가 말했듯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키고 있고, 이 트렌트는 몇십년동안 지속될 것이다.

해킹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당신이 아이디어가 있을 때 바로 실행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마존 창업자 Jeff Bezos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충분한 장점이다. 특히 당신이 다니는 대학교의 주소록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싶다면 아주 큰 장점이다. “재밌는 아이디어네” 가 아닌 “재밌네, 오늘 한 번 간단하게 만들어볼까?” 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이 프로그래머인 동시에 타겟 유저이면 더욱 좋다. 사용자 테스팅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버전 개발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part 2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