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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 Blue

주커버그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다”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얘기했다.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사실상 실리콘밸리의 공식 표어이다.

실리콘 밸리의 작은 집. 4~5명의 geek들이 ‘세상을 바꾸겠다’며 창업을 한다. 그들은 자기의 제품과 기술이 뛰어나다며 창업대회에 출전하지만, 막상 가보니 개나 소나 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다.

이들이 바꾸려는 세상은 대체 뭘까? 그들이 생각하는 이 세상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쩌면 세상은 그다지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나쁘지만도 않은 것은 아닐까? 그들이 보는 사회의 단점은, 꼭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HBO의 인기 시리즈 Silicon Valley가 6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실리콘 밸리는 근 3~40년간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핵심이었으니, 그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물은 소재만으로 충분히 대중적 인기를 끌만 했다. 딱 적당한 미국식 유머에, 리얼한 연출, 적절히 고증된 창업 스토리는 나의 취향에도 딱 맞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실리콘 밸리를 맹목적으로 우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모순과 허접함을 희화화하는 쪽에 속한다.

나는 최근에 마지막 시즌을 몰아서 보았고, 마지막 에피소드에 도달하기 전까진 사실 매우 실망스러웠다. 여느 시리즈물이 그렇듯, 정해놓은 결말까지 조급히 달려가는 전개가 다소 억지스러웠고, 제작의 한계 때문인지 에피소드 수도 적어 이전 시즌들보다 특유의 색을 잃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마지막회는 이러한 실망을 불식시켰다. 결말은 대충 이렇다. 주인공의 회사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촉망받는 회사가 되고, 세상이 주목하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런칭 바로 전 날, 그들의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보안 체계를 뚫을 수 있는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카이넷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6년간 온갖 고난을 뚫고 드디어 정말 세상을 바꿀 기술을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걸 세상에 내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들의 결정은 당연히 폐기. 그런데 그냥 폐기가 아니라, 그 누구도 다시 시도하지 못하게, 일부러 처참한 실패를 가장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실패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10년 뒤로 넘어간다. 세상의 변화를 울부짖던 그들은 여전히 그런대로 각자 잘 살고 있다. 허무하게 끝난 6년의 여정 이후, 그들은 아주 평범하게, 잘 산다. 세상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고, 또 살만하다.

잠시 치열함에서 벗어나 작은 성취를 기념할 때 그들이 하던 게임, Always Blue. 파란색이 나올 때까지 게임이 이어지고, 계속해서 파란색이 나오길 바라는. 파란색의 행렬이 이어질 땐 긴장되지만, 노란색이 나왔을 때 게임이 끝나며 비로소 환하게 웃는 그 게임. 게임은 끝나도 괜찮다.

이렇게 이 드라마 또한 결국 허무함을 얘기하며 끝을 맺는다. 하지만, 실패와 허무함 뒤에는 곧 평안이 따라온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세상을 바꾸지 않더라도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 내 세상도 그렇다. 허무하단 건, 나는 더 나은 곳에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Dear Sports,

지난 며칠간, 스포츠계에는 두가지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첫번째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 두번째는 로저 페더러의 호주오픈 4강 진출. 이 두명의 GOAT(Greatest of All Time)의 운명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코비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은퇴한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여전히 그는 코트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국내에 NBA 팬들이 많이 생겼지만, 사실 코비의 전성기는 90말~00중으로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운좋게도 현지에서 그의 전성기를 바로 목격할 수 있었다. 2001년, 내가 처음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갔을 땐 영어를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해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딱 하나 알아듣는 건 스포츠.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말은 못해도 친구들을 만들 수 있게 해준게 스포츠였고, 홈스테이 집에서 볼 수 있는 채널도 스포츠 채널 뿐이었다.

그렇게 코비를 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응원했던 NBA 선수. 너무나도 독보적이었던 선수.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을 할 때, 그 마지막 슛을 던질 선수. 그걸 상대편이 알아도 못막는 선수. 그리고 그 공을 기여코 넣을 선수. 그는 이견의 여지 없는 자타공인 전설 중 하나이다.

스포츠에서 전설이라고 불리우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Good과 Great의 차이. 우승반지의 갯수일 수도 있고, 계약금일 수도 있고, 인생 스토리일 수도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차이는, 잘하는 것을 매우 잘하는 선수는 Good, 실수를 매우 안하는 선수를 Great이라고 생각한다.

발로 하든, 손으로 하든, 기구로 하든, 온몸으로 하든, 스포츠는 내 평소(평균) 실력의 몇%를 실전에서 발휘하는가가 중요하다. 그 말은, 모든 스포츠는 결국 실수의 격차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다. 특히, 단 하나의 플레이로 모든 결과가 결정되는 긴박한 순간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선수들을 우리는 위대한 선수라고 부른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분명 그런 선수였다. 수많은 버저비터와 위닝샷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로저 페더러 또한 분명 위대한 선수라 불리는 선수이다. 게다가 현역이라니. 게다가 아직도 우승권이라니.

지금 진행중인 2020 호주오픈에서 페더러는 현재 4강까지 올라갔다. 그의 최근 성적을 보면, 메이저 4강 진출이 큰 뉴스는 사실 아니다. 그런데 그가 이번 토너먼트에서 4강에 올라온 과정은 정말 경이롭다. 두번의 위기를 말도 안되게 이겨내며 올라왔기 때문이다. 첫번째 위기는 2라운드에서 호주 선수 John Millman과의 맞대결. 페더러는 생각보다 쉬운 선수를 상대로 고전을 했고, 5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갔으며, 여기서 무려 8-4의 deficit을 극복하고 승리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이걸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며칠 후 벌어졌다. 8강전에서 미국 Tennys Sandgren 선수와의 맞대결. 세트스코어 2:1로 뒤진 4세트. 지면 집에 가는거다. 그리고 실제로 문턱까지 갔다. 그런데 무려 7번의 매치포인트를 이겨내고 4세트를 따냈다. 게임포인트도 아니고 세트포인트도 아니고 매치포인트를, 그것도 7번이나. 여기서 백미는, 그렇게 힘들었던 이 경기, 그는 첫번째 매치포인트에서 한번에 승부를 매듭지었다(개인적으로 이게 더 멋있다 진짜). 솔직히 이게 말이 되나? 한 세트에서 7번의 매치포인트를 극복했다니. 과거 메이저 경기에서 이런 기록이 있기는 할런지조차 모르겠다. 그 역시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는 선수인가보다.

암튼, 지난 며칠간 코비와 페더러의 각기 다른 소식을 들으며, ‘스포츠’와 ‘위대한 선수’가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떠올렸다. 스포츠, 사실 몰라도 안봐도 그만이다.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로서의 스포츠는 대체제가 참 많다. 영화나 TV를 보면 그만이니까.

작년이었을까. NBA 플레이오프 중, 토론토 랩터스의 Kyle Lowry 선수가 했던 인터뷰 답변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현재 당신이 느끼고 있는 압박감은 어떤 수준인가요?”라는 인터뷰 질문에 그는, “To me, pressure is what my ma and grandma had to go through, feeding my family, goin’ to work 5 in the morning, getting a bowl of cereal on the table, that’s pressure”라고 답했다. 인터뷰어를 참 무안하게 만들었을 답변이지만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수천만불의 연봉을 받는 슈퍼스타들이 고작 경기 하나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생존을 위해 하루 하루 버텨내는 것이 실은 더 무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스포츠에 대한 허무를 다룬 이야기들은 많다. 조치훈 9단은 바둑에 대해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란 말을 남겼고, 슬램덩크는 “그깟 공놀이”라는 말도 남겼다. 한 야구감독은 선수들에게 “고작 공놀이 하고 수십억 버는 너네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 일화도 있다고 한다. 그래, 뭐 스포츠가 나한테 무슨 도움이 얼마나 되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스포츠는 나에게 많은 것을 준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 중, 영웅에 대한 그 어떠한 경이와 존경.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하는 그들이 주는 희망. 이런 것들은 가끔이지만 분명 내게 용기를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에 감사한다. 나에겐 추억 그 이상인 코비 브라이언트. 다른 유명인사들의 사망소식보다, 코비의 죽음은 나에게 꽤나 슬픈 일로 남을 것 같다.

코비 형. 말 한마디 못해 외로웠던 내 중학교 유학 시절, 내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당신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딸 Gigi와 함께 편안히 쉬길 바랍니다.

Thank you Kobe,

Thank you Sports.

kobe bryant rip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Stephen Curry와 혁신

warriors (스타트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Golden State Warriors)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농구팀(주니어 레벨, 4군)에서 포인트 가드로 뛴 적이 있다. 친구들과 놀면서 할 때와 달리 처음으로 (그 것도 미국에서!) 체계적인 팀 농구를 하다보니, 다양한 작전과 전략을 항상 생각하면서 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제품에 대한 상상을 하며 창업을 준비할 땐 재밌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골머리 썩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하루는 경기가 끝난 후, 체육관의 트레이너가 내 발목의 붕대를 풀어주며 잠깐 대화를 나눴다.

트레이너: “미덥, 너는 공을 잡으면 제일 먼저 뭘 하니?”

나: “음.. 골대에 더 가까운 동료를 찾아 패스를 해야죠. 만일 마땅치 않으면, 상대 수비가 맨투맨인지 지역방어인지에 따라 스크린을 이용해서 돌파하거나 볼을 돌려서 수비대형을 뒤섞거나 해야죠. 그러다 보면 빈 공간이 나올거고 그 쪽으로 드리블 해서 파고 들어야죠.”

트레이너: “맞아. 근데 그 이전에 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 그 건, 슛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거야. 그리고 슛을 할 수 있으면 슛을 해.”

맞다. 농구는 슛을 해서 공을 림 안으로 넣어야 점수를 얻는 경기이다. 게임 안에 있다 보면 게임에 함몰돼 경기의 본질과 목적을 잊게 된다. 골대에 가까운 동료에게 패스를 하는 것도 슛을 하기 위함이고, 빈 공간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슛을 하기 위함이다. 이 중요한 깨달음을 얻고… 나는 결국 더 머리가 복잡해져, 농구를 그만 두게 되었다.

요즘 NBA를 보면서, 구체적으로는 농구라는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Golden State Warriors를 보면서 매우 오래된 이 대화가 새삼 떠올랐다.

농구의 룰은 간단하다. 공을 던져 림 안으로 제일 많이 넣은 팀이 이긴다. 하지만 멀리서 공을 던져서는 딱 공만한 크기의 림 안으로 넣는 것이 매우 어려우니, 슛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골대 가까이 가서 던지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매우 당연스럽게도 골대에 다가갈 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더 큰 놈들이 버티고 수비를 한다.

이제까지 NBA의 역사를 봐도, 대부분 빅맨들이 팀의 성적에 가장 직접적인 기여를 해왔다. 윌트 체임벌린, 빌 러셀, 카림 압둘 자바, 하킴 올라주원, 샤킬 오닐, 팀 던컨, 등.. 역대 리그의 강팀들은 모두 슈퍼스타 빅맨들을 보유해왔다.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같은 화려한 플레이어들도 결국은 빅맨의 서포트 위에서 날아다닐 수 있었다.

강-2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농구 초짜이지만 천부적인 신체능력으로 골밑을 제압하면서 팀의 중심이 된다)

그 동안의 빅맨 중심의 농구 패러다임을 보면 마치 대기업들이 장악을 하고 있는 제조 산업을 보는 것 같다. 덩치도 덩치지만, 일단 대기업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보단 안전,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이 것 저 것 다 분석하고 비교하고 결국은 upside가 큰 쪽 보다는 downside가 작은 쪽을 선택한다. 뭐 하나 만들려면 부지도 사고, 생산 라인도 깔고, 수백 수천 명의 생산과 영업 인력, 수십 수백만의 물량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가드에서 포워드로, 포워드가 다시 센터에게 공을 순차적으로 전달하듯, 대기업은 공을 잡게 되면 치밀한 전략부터 짜고 연구/개발 – 생산 – 마케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물건을 만들기 전부터 얼마나 팔릴지 대충이라도 알아야만 공격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은 엄청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리에게 안전한 선택은 저들에게도 안전한 선택이고, 골대에 가까워져서 슛은 좀 더 용이하지만, 상대팀과의 차별은 없다. 가끔 발 빠른 가드나 화려한 스몰포워드가 코트를 휘젓고 다니듯 기발한 마케팅으로 차별을 두지만, 결국엔 가격으로 승부하고 제로썸 경쟁을 한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고 시장이 정리된다.

그런데 NBA 탄생 이래 크게 바뀌지 않았던 농구의 패러다임이 지금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14-2015 시즌 챔피언 팀 Golden State Warriors(이하 워리어스)가 있고, 또 그 핵심엔 Stephen Curry(이하 커리)가 있다.

curry(농구의 게임을 바꾸고 있는 Stephen Curry)

그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아주 간략히 그의 짧은 업적을 정리하자면.. 슛은 곧잘 했지만 작은 신체 조건과 다소 떨어지는 운동 능력 때문에 실력에 비해 과소평가를 받으며 2009년에 NBA에 데뷔한 그는, 꾸준히 성장하며 2013년에 레이 앨런(살아있는 전설 슈터)의 단일 시즌 최다 3점슛 기록을 깨면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로 매년 리그 역사의 모든 3점슛 관련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도배하고 있다. 그 것도 다시는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은 인간계를 넘어서는 성적으로 말이다. 특히 현재 시즌(15-16)에는 50% 이상의 3점슛 시도율에 거의 50%에 육박하는 성공률을 장착해 진정한 사기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런 선수는 단언컨대 NBA 역사 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아름다운 3점슛들을 잠시 감상하자)

그의 미친 3점슛 능력이 특별한 이유는, 그는 굳이 경쟁이 심한 골밑으로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말도 안되는 거리에서, 그 누구도 감히 슛을 시도하지 않는 거리와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슛을 넣어대는데, 상대편은 정말 정말 손 쓸 방법이 없다. 그의 미친 장거리 3점슛 비거리 때문에 상대편은 매순간 하프코트에서부터 프레스 디펜스를 해야할 판이다. 그는 이전에 존재했던 슈퍼스타들과 전혀 다른 종류의 전율을 일으킨다.

개똥슛(슬램덩크의 정우성도 개똥슛을 통해 빅맨들의 블락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커리를 중심으로 한 전례 없는 3점 중심의 공격 (혹은 스몰라인업) 농구를 하는 워리어스 팀의 성적 또한 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번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24연승을 하며 미국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긴 개막 연승 기록을 기록했고, 아직도 홈에선 40연승(16.01 기준)으로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지금의 페이스라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세웠던 불멸의 시즌 72승 기록을 깨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더 재밌는 점은, 나머지 29개 팀들이 이 사기적인 팀을 어떻게든 이겨보기 위해서 워리워스를 상대할 땐 (어쩔 수 없이) 본연의 플레이 방식을 버리고 스몰라인업 공격으로 맞불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한다. 그들에겐 커리같은 슛터가 없을 뿐더러, 워리어스가 오랫동안 쌓아온 저력을 금세 베낀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 많은 대기업도 한번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은 이기지 못하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빅맨 농구가 대기업의 방식이었다면, 커리의 농구는 스타트업의 방식이다. 스타트업은 대개 기성 기업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사소한 것에 집요하게 파고든다(성공률이 낮은 3점슛을 던지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고 치부하던 때도 있었다). 골밑으로 들어가봐야 덩치에 밀려 상대가 안되지만, 또 굳이 경쟁을 할 필요도 없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격을 한다. 골밑슛보다 성공률은 떨어지지만, 슛 시도는 더 많이 할 수 있다. 그렇게 슛 시도를 많이 하다보면 성공률은 높아지고, 성공을 밥먹듯이 하는 연쇄창업자들이 탄생한다. 미국엔 리처드 브랜슨이나 페이팔 마피아, 국내엔 5Rocks의 노정석 창업자,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 빙글의 문지원/호창성 대표 등이 대표적인 3점슛터이다.

혁신은 이렇게 일어난다. 생각지도 못한, 혹은 불가능해 보이는 방식으로 새로움을 만들고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Peter Thiel이 “Zero to One”에서 말하는 ‘창조적 독점‘처럼 말이다.

커리의 예측 불허의 플레이들을 보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흥분이 된다. 사실, 나는 언더독 성향이 강해서 강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워리어스와 커리는 다르다. 아마 그 이유는 그들은 남들이 잘 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1 to n’이 아닌 ‘0 to 1’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처럼 말이다. 그들의 독점이 오래 갔으면.. 그리고 그들의 게임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걸 목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Artistic Intelligence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hype들이 그렇듯 인공지능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1940년대부터 공론화 되었던 개념이고, 헐리우드에서도 끊임없이 다루는 단골 소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인공지능 = 인류멸망’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따른다.

물론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극단적인 일이 당장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분명 인간 고유의 영역이던 ‘노동’에는 이미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노동시장의 구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바뀌고, 근 미래에 또 다른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기자, 의사, 변호사, 변리사, 자산관리사 등의 전문직 노동자들도 인공지능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참고: http://www.lgeri.com/industry/general/article.asp?grouping=01030100&seq=259)

여기까지는 많은 분들이 이미 걱정해주는 부분인 것 같은데.. 이제까지 어떠한 곳에서도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예술”. (똑똑하신 분들은 배고픈 영역엔 관심 없는건가..)

컴퓨터가 예술을 하는 것은 정말이지 상상하기 어렵다. 예술은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일인데 그 걸 컴퓨터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막말로, 수많은 랜덤 변수와 색채이론을 반영한 색 조합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컴퓨터가 포토샵에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과 비슷한 그림을 뚝딱 뚝딱 그린다 한들, 그게 어찌 예술이겠는가. 인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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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인정하기 싫은 일이 조만간 일어나고, 컴퓨터가 예술가들의 노동력 조차도 빼앗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인정 따위는 묻지도 않은채 말이다. 이게 말이 될까?

3가지 전제 하에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1. 예술은 패턴의 조합이다: 사실 예술은 창조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세상에 흩뿌려진 수많은 정보들을 조합하는 것이 예술이다. 미술, 음악, 영화, 디자인 등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창작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을 새로운 (혹은 새로워 보이는) 형태로 재조합한 것의 결과이다.

인공지능도 똑같다. 수많은 데이터(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프로세서) 그 안에서 패턴을 찾아(머신러닝, 딥러닝) 새로운 통찰을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의 기본적인 구조이다. 만약 예술가들의 사고패턴에 대한 데이터만 일정량 확보한다면, 컴퓨터가 예술을 한다는 이야기가 그리 허무맹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2. 예술은 노동이다: 창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술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노가다’가 필요하다. 단순하게는 자르기, 붙이기, 찾기, 버리기와 같은 단순 노동부터, 색조합(미술), 화성학과 코드진행(음악), shot variation(영화)와 같이 전문성을 요하는 노가다까지.. 예술도 수많은 노동의 결과물이며, 인공지능이 창출할 생산성의 value add 폭이 매우 클 것이다.

3. 예술?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다: 예술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예술은 ‘작품=예술가’였다. 컴퓨터가 모나리자를 그린다고 그 컴퓨터가 다빈치가 되는 것이 아니며, 때문에 그 것은 상품가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작품과 예술가의 연계성이 매우 적다. 영화의 경우엔 작품의 규모가 커서 수많은 창작자들의 input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음악의 경우엔 가수,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프로듀서의 분업이 세분화되기 때문이다. 작곡을 컴퓨터가 하든 인간이 하든, 듣기 좋으면 그만이고 차트에 오르면 장땡이다. 우리가 음악, 영화, 소설과 같은 예술분야를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예술의 영역도 인공지능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 구성요소가 비교적 단순하고 패턴 조합의 경우의 수가 적은 음악 분야를 시작으로 예술 AI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쿨리타(Kulitta)’는 바흐 스타일의 협주곡을 순식간에 작곡하고, Youtuber들을 위한 BGM 생성 서비스 (Jukedeck, http://www.jukedeck.com), AI 기반 자동 음원 마스터링 서비스 (Landr, http://www.landr.com) 등의 스타트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음악은 일찌감치 인공지능의 첫번째 타겟이 되었고, 조만간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다음은 아마 영상 편집이 되지 않을까? 영상은 음악보다 훨씬 복잡한 형태의 데이터와 판단 프로세스를 요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Computer Vision 기술의 발전이 동반되면서 컴퓨터가 영상의 정보를 인지하는 능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래 ‘Videos in Sentences Out’ 영상 참고). 이를 통해 컴퓨터가 직접 영상을 보고 NG컷을 판단하고, 다양한 shot variation을 시도해보고 최적의 결과물을 (사람보다 잘)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이나 영화같이 제작/유통이 이미 디지털화 된 분야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미술은? 물리적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수미술은 인간의 영역이 아직까지 크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순수미술 또한 ‘예술’이라는 인식의 변화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주시해봐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잖나? 피카소의 혼을 담은 로봇 팔이 개발되어 이 로봇이 그림을 그리는 족족 수백만불에 거래가 될지.

물론,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예술가의 사고패턴에 대한 유의미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 페이스북, IBM도 이런 데이터는 없지 싶다. 하지만, 각 예술 분야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 사업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차차 축적해낸다면, 그 어떤 인공지능보다 차별화 된 “인공지능 예술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what was written on their dorm room window

이 글은 미국의 유명한 startup accelerator인 Y Combinator의 창업자 Paul Graham의 essay “How to get startup ideas”를 번역한 글이다. 원문은 http://paulgraham.com/startupideas.html 에서 읽을 수 있다.

*원문의 “startup”이라는 단어는 모두 “창업”이라는 단어로 통칭하였다. tech 스타트업이 아닌 더욱 포괄적인 분야의 창업에도 충분히 해당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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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part.1

2012년 11월 (원문 기준)

창업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창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 하지 않아야 한다. 창업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문제점을 찾는 과정이며, 그 문제점이 당신이 직접 느끼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아주 좋은 창업 아이디어들은 일반적으로 3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들 본인이 원하는 제품이었고, 본인이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었으며, 그 것을 만드는 일이 (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없다고 평가되었다. Microsoft, Apple, Yahoo, Google, 그리고 Facebook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문제점

자신이 느끼는 문제점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왜 이토록 중요한 것일까?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문제점이 정말 존재하는 문제점이라는 걸 보장하기 때문이다. 실존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라는 말은 너무 쉽고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창업자들이 그 누구도 느끼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는 실수를 범한다.

나 자신(저자) 또한 이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1995년, 나는 아트 갤러리들을 온라인으로 옮겨주는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떠한 갤러리도 자신의 그림들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트 비지니스는 본래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6개월동안이나 이 멍청한 아이디어에 시간을 쏟은 것일까? 나는 고객(유저)에게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실존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세상을 그렸고, 그 것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제품을 실제 고객들에게 판매를 해볼 때까지 난 나의 모델이 틀렸다는 걸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를 알게 된 이후에도 인정을 하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에 이미 너무 빠져들었고, 이 제품을 만들기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창업자들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려고 할까? 왜냐하면 그들은 창업 아이디어를 고안해내려는 데에서 시작을 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위험 x 2 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을 뿐더러, 창업자들이 현혹될만한 그럴싸해 보이는 나쁜 아이디어들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YC(Y Combinator, 저자가 세운 창업 엑셀러레이터)에서는 이것을 “시트콤”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어느 시트콤에 나오는 캐릭터가 창업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시트콤의 작가는 창업 아이디어를 고안해내야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스토리 상으로는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쓸모없는 창업 아이디어를 고안해낸다.

예를들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것이다. 아이디어가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수백만명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대개 그들은 자신들의 애완동물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다른 개 주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원할 수 있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그 중 딱 2~3%정도만 충성고객이 된다면, 당신은 수백만명의 유저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타겟 광고와 할인행사를 할 수 있고 유료기능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위험한 것은, 당신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지인들에게 이 아이디어를 얘기한다면, 그들은 절대 “난 이런 거 절대 안써”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신, “오, 이런 거 있으면 괜찮겠네. 써볼 수도 있겠다” 라고 할 것이다. 사업이 시작된 후에도 이 제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듯해 보일 것이다. 그들 자신은 아직은 딱히 쓰진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원할 것이라 상상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들을 다 더했을 때, 결국 당신은 0명의 유저가 남게된다.

우물

사업이 시작되고 첫 제품이 나왔을 때는, 그 것을 꼭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몇명이 있어야 한다 – 언젠가 한번쯤 쓸 법한 사람들 말고, 지금 당장 쓸 사람들 말이다. 일반적으로 이 사람들은 굉장히 적은 수이다. 이 이유는 간단한데, 많은 사람들이 당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제품이면서 소자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것은 이미 세상에 있는 물건일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원하는 것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아주 적은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것을 만들 것인가. 정답은 후자를 택하는 것이다. 후자 유형의 아이디어들이 모두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좋은 기업들의 아이디어들이 이 후자 유형의 것이니까.

그래프가 있다. x축은 한 기업의 제품을 쓸 수도 있는 사람들을, y축은 그 사람들이 그 제품을 얼만큼 원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그래프를 x축을 기준으로 뒤집게 되면 이 기업을 하나의 구멍으로 볼 수 있다. Google의 구멍은 아주 크고 깊은 분화구이다: 수억명이 사용하며 이들 모두가 Google의 제품을 상당히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막 창업을 한 기업일 경우 이렇게 큰 볼륨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창업을 할 때에는 두가지의 옵션이 있다. 넓고 얕은 구멍을 파던가, 아니면 좁지만 깊은 구멍을 파던가. 우물처럼 말이다.

“시트콤”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넓고 얕은 구멍을 판다.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관심이 있을만한 애완동물 주인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 따위의 제품처럼 말이다.

반대로 거의 모든 성공적인 창업자들은 좁고 깊은 우물을 파면서 시작했다. Microsoft도 Altair Basic이란 첫 제품을 만들었을 때는 우물이었다. 당시 Altair 유저들은 단 몇천명에 불과했지만,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진 그들은 기계어(2진법)으로만 프로그래밍을 했었다. 그리고 30년 후, Facebook도 우물로 시작을 했다. Facebook은 애초에 단 몇천명의 하버드 학생들만을 위한 사이트였지만 그 몇천명이 열광했다.

당신이 창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신에게 물어보라: 이걸 지금 당장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듣도보도 못한 골방 회사에서 만든 아무리 조악하고 구려터진 버전의 제품일지라도 그 것을 환영하고 당장 쓸 사람들이 누구인가? 만일 이 질문에 답을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마 별로인 아이디어일 것이다.

우물의 너비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우물의 깊이이다. 우물의 너비는 깊이(그리고 성장의 속도)를 최적화시킬 때 자연스럽게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물의 깊이와 너비의 상관관계는 굉장히 강하고 믿을만 하기 때문에, 당신의 아이디어가 한 구체적인 영역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 것은 아주 좋은 신호이다.

하지만 이 우물 형태의 수요가 좋은 창업 아이디어의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만일 Mark Zuckerberg(Facebook 창업자)가 하버드생들만이 좋아할 제품을 만들었다면 그 것은 좋은 창업 아이디어는 아닐 것이다. Facebook이 좋은 아이디어였던 이유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한 동시에 빠르게 “확장의 경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대학교들은 비슷하기 때문에, 하버드에서 잘 되는 Facebook을 만든다면 다른 대학교에서도 잘 될 것이었다. 그렇게 대학교들 사이에서 퍼지고 난 후에 다른 모두를 쉽게 유입시킬 수 있었다.

Microsoft도 마찬가지이다. Altair를 위한 Basic -> 다른 기계들을 위한 Basic -> Basic 이외의 다른 언어들 -> 운영체제(OS) -> 어플리케이션(혹은 소프트웨어) -> 기업공개(IPO).

자신

그렇다면 당신의 아이디어가 위처럼 확장의 경로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것이 큰 기업의 시초가 될지, 아니면 단지 틈새시장을 위한 제품이 될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보통은 알 수 없다. Airbnb(세계 최대의 온라인 숙박 공유 서비스)의 창업자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이 두드리는 시장의 크기가 얼만큼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아주 좁았다. 그들의 첫 계획은 건물주들이 컨벤션과 같은 행사에 공간을 빌려주는 정도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아이디어가 얼만큼 커질 줄 모르는채 점차 아이디어가 확장된 것이다. 다만 그들은 뭔가는 잘 되어간다는 느낌정도만 있었다. Bill Gates나 Mark Zuckerberg도 처음엔 이 이상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작부터 확장의 경로가 뚜렷히 보이는 틈새 아이디어도 간혹 있기는 하다. 그리고 가끔은 뚜렷하진 않아도 그 확장의 경로가 나에게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 것이 우리 YC가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 것들을 미리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당신이 아무리 많은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고로, 이 문제에 대해 꼭 인정해야 할 진리는 첫 아이디어로 부터 확장의 경로를 예측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장의 경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결정하는가? 실망스러우면서 흥미로운 진실은 하나이다: 당신이 될 사람이라면, 당신이 센스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당신이 변화무쌍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뚜렷하다면, 당신의 감은 아마도 맞을 것이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의 저자 Robert Pirsig이 말하길:

“완벽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어렵지 않다. 당신이 먼저 완벽해지면 그 때 그려라.”

고등학교 때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 글이 그림에 대해서 얼만큼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논제에는 적합한 것 같다. 성공하는 창업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성공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분야에 대한 뚜렷한 이해를 한다는 것은 당신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 소비자일 수도 있다. Mark Zuckerberg가 Facebook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건 그가 프로그래머여서가 아니라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여서이다. 2004년에 대부분의 40대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인터넷에 중개하고 싶은지 물었다면, 모두가 그 것은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Mark Zuckerberg는 이미 온라인에서 살고 있었고, 그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이다.

Paul Buchheit은 변화무쌍한 분야의 사람들을 “미래에 살고있다.” 고 표현했다. 이 말을 Pirsig의 것과 합친다면:

미래에 살고, 그 곳에 없는 것을 만들어라.

이 것이 대부분의 성공적인 창업가들의 시작이었다. Apple도 Yahoo도 Google도 Facebook도 처음엔 회사도 아니었다. 다만 창업자들이 세상에 필요해보이는 것들을 만들다보니 회사가 된 것이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들을 보면, 그 것은 대개 준비된 마인드에 약간의 외부자극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Bill Gates와 Paul Allen이 Altair에 대해 들었을 때 “우리가 Altair를 위한 Basic 언어를 만들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고, Drew Houston(Dropbox의 창업자)가 USB를 잃어버렸을 때 “내 파일들을 어디서든 찾을 수 있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Altair에 대해 알았고, 또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USB를 잃어버렸다. 이러한 외부자극이 그들을 창업하도록 만든 이유는 그들의 경험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준비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창업 아이디어에 대한 적합한 동사는 “생각하다”가 아니라 “알아채다”이다. YC에서는 창업가들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들을 “organic”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창업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이 듣고싶은 말이 아니었을 수 있다. 이 글에서 당신은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위한 레시피를 기대했겠지만,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준비된 마인드이다. 실망스럽겠지만 이 것이 진실이다. 이 것은 단 며칠만에 준비되는 것이 아닌 준비기간이 몇년이 걸릴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레시피이다.

만일 당신이 어떠한 변화무쌍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몸을 담그라. 예를 들어, 웬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밍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예: 스마트 폰 앱 만들기)는 1년이면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창업은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위해 1년정도를 투자하는 것은 괜찮은 조건이다. 특히 당신이 동업자를 찾는 중이라면 말이다.

(tech 스타트업의 경우) 당신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해킹을 배우는 것은 불필요할 지 몰라도, 어느정도의 프로그래밍은 도움이 될 것이다. Marc Andreessen(넷스케이프 창업자)가 말했듯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키고 있고, 이 트렌트는 몇십년동안 지속될 것이다.

해킹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당신이 아이디어가 있을 때 바로 실행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마존 창업자 Jeff Bezos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충분한 장점이다. 특히 당신이 다니는 대학교의 주소록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싶다면 아주 큰 장점이다. “재밌는 아이디어네” 가 아닌 “재밌네, 오늘 한 번 간단하게 만들어볼까?” 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이 프로그래머인 동시에 타겟 유저이면 더욱 좋다. 사용자 테스팅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버전 개발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part 2 에서 계속..